2023. 8. 4.


교육주체들의 불신을 조장하는 대책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교육 현장의 어려움과 교권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서울시내에서는 전국에서 상경한 교사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교육청은 교권 보호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는 데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대안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정’과 ‘교육활동 침해 생활기록부 기재’ 대책을 내놓았다. 교권 보호를 위해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교육 현장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발표하다 보니 교권 보호를 학생 인권과 대립하게 몰아가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교육활동 침해 생활기록부 기재’는 경쟁 입시 제도하에 놓은 우리 교육 현실에서 생활기록부 기재를 놓고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 조장과 소송 난발만을 불러올 것이다. 이미 정순실 아들 학폭 문제에서 보았던 일들이 확산될 것이고 더 많은 학교가 법적 분쟁의 장소가 될 것이다. 결국 정부의 설익은 대책이 교육주체 간 불신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또한 서울을 비롯한 몇몇 교육청에서는 민원실을 만들고 학부모의 ‘교사 면담(전화) 사전예약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결려오는 학부모의 민원에 대안 대책으로 제시되었지만, 학부모를 민원인 정도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 반발이 나오고 있다. 
 
2016년부터 서울을 비롯한 몇몇 시·도교육청에서는 ‘학부모회’ 조례가 제정되어 학부모의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심지어 학교 내에 학부모회 사무실까지 제공하여 학부모의 자율적인 교육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면담 예약제 같은 대책은 오히려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제한하고 위축시킬 수 있다. 

문제해결은 학생, 교사, 학부모를 진정한 교육주체로 세우는 것부터..


우리는 통상 학생, 교사, 학부모를 ‘교육의 3주체’라고 불러왔다. 또한 교육기본법에는 교직원, 학생, 학부모 및 지역주민 등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교육을 매개로 이루어진 교육주체 간 상호 신뢰와 믿음이 깨지면 결국 각자의 입장과 처지에서 판단하고 상대방을 재단할 수밖에 없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진정한 교육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인된 입장으로 사안을 대할 때 각자의 입장이 아닌 교육공동체를 위한 방향에서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교사에겐 정치적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정치적 기본권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절박한 문제를 스스로 제기하고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 권리 없이 교권 보호가 이루어지기 만무하다. 학생들을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 학부모의 학교 교육활동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권장하고 보장해야 한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비상식적이고 비교육적 행위를 문제 삼고 일반화할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우리 교육의 진정한 교육주체로 설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때이다. 어쩌면 문제 해결의 열쇠가 여기에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