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 : 2025년 10월 02일
글 제목 : [논평] 통화스와프로 대미 투자, 위험하다
[논평] 통화스와프로 대미 투자, 위험하다
미국이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선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IMF사태가 올 수 있다며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했다.
그러나 통화스와프는 답이 아니다.
첫째로 트럼프가 약속을 어길 위험이 있다.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준 뒤 통화스와프를 요구했을 때 트럼프가 못 주겠다고 말을 바꾸면 한국은 외환위기를 피할 수가 없다. 그때 가서 왜 약속을 안 지키냐고 따져도 소용이 없다. 미국이 한국 경제를 더 악랄하게 수탈하려고 일부러 한국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1997년 IMF사태를 맞게 된 것도 미국 때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에서 달러를 급격히 회수하여 외화 부족 상태에 빠뜨렸다. 당시 정부는 일본에서 달러를 빌려 외환위기를 모면해 보려 했다. 그런데 미국이 일본을 협박하며 돈을 빌려주지 못하게 막았다. IMF 뒤에서 협상을 지휘한 것도 미국이다.
IMF 협상 결과 미국이 한국 경제를 더욱 장악하게 되었으며, 한국은 불평등이 극도로 심해지게 되었다. 경제 위기, 패권 위기에 몰린 미국이 위와 같은 일을 다시 벌이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둘째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미국에 이자를 내야 한다.
통화스와프는 말은 화폐 교환이지만, 사실상 대출이다. 한국 돈을 맡기고 달러를 받아왔다가 후에 다시 달러를 갚고 원화를 되찾아 와야 한다.
이자도 있다. 통화스와프 이자율이 연 4.5%라고 가정하면 3,500억 달러를 빌릴 시 내야 할 이자는 연 150억 달러(22조 원)를 넘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상호관세 25%가 적용되면 연간 7~9조 원 정도의 손실액이 발생할 전망이다. 관세로 인한 손실액보다 통화스와프 이자가 더 크다.
셋째로 한국이 빚쟁이가 된다.
통화스와프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빌리면 언제 갚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대미 투자를 하면 투자로 생기는 이익의 50%를 미국이 가져간다. 한국은 이익의 나머지 절반으로 이자를 상환하고 원금을 갚아야 한다.
만약 대미 투자로 인한 수익이 나지 않으면 한국은 투자금을 잃고 미국에 이자를 내면서 빌린 달러를 갚아야 하는 삼중고에 빠지게 된다. 사실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하려는 일이 전도유망한 사업이었다면 한국 돈을 갈취하려 하지 않고 월가 자본들이 스스로 달려들었을 것이다.
통화스와프가 뜻밖의 족쇄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강요를 거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