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3.

국민주권당과 자민통위는 1월 26일부터 2월 14일까지 ‘국가보안법 폐지 집중 실천 기간’을 선포하고 “올해 안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민주권 실현하자!”는 결의를 밝혔습니다. 관련해 국민주권당 홍보위원회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하자] 연재글을 발표합니다.

 

** 연재글 순서

1.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악법

2. 극우세력의 토양, 내란세력의 무기

3.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물

 

[국가보안법 폐지하자] 1.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악법 

 

국가보안법은 일본제국주의가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데 이용한 악명 높은 치안유지법을 모체로 만든 악법이다. 일제가 윤동주 시인을 잡아가둘 때 바로 이 치안유지법이 쓰였다. 

 

국가보안법은 조항 하나하나가 심각한 문제다. 국가보안법 제3조는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한 자를 처벌한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다.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반국가단체인 북한과는 협력이 불가능하다. 이는 평화통일을 의무로 규정한 헌법과 전면 배치된다. 

 

반국가단체라는 것도 모호하다. 과거 1981년 아람회 사건에서는 백일잔치에 참가한 사람들이 5.18 진실을 알리는 유인물을 보았다고 해서 반국가단체로 몰렸다. 이렇듯 그간 극우 독재 정권들은 증거를 조작하고 우겨서 국민을 반국가단체 및 구성원으로 몰아 처벌했다. 

 

국가보안법 제4조에는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 누설, 전달하면 처벌하는 조항도 있다. 그런데 공안기관은 사진작가 이시우 씨 사건에서 일반적인 사진을 문제 삼아 국가 기밀이라고 우기며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촬영한 사진 등은 대부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지 않은 장소에서 촬영한 것이어서 기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는 북한이나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 선전 또는 동조한 자를 처벌한다. 이를 곧이곧대로 적용하면 북한이 한 주장과 유사한 주장만 해도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라는 발언조차도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 

 

국가보안법 제8조 회합통신죄는 북한 사람을 만나면 처벌할 수 있다. 남북교류를 언제든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불고지죄도 있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람을 고발하지 않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과거 서경원 평화민주당 국회의원이 방북을 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도 당국에 고발하지 않았다고 하여 불고지죄로 기소되었다. 

 

■ 생각과 의도를 처벌하는 비상식적 법 

 

통상적으로 법은 구체적인 행위를 기준으로 삼는다. 물건을 훔치면 처벌하지, 물건을 훔칠 생각을 했다고 처벌하진 않는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다르다. 국가보안법에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조항이 붙어있다. 즉, 사람의 생각을 처벌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1978년 한 우표수집가가 북한 우표를 수집했다가 “북한괴뢰집단(조선우편)의 우표 판매와 보급활동에 동조하여 그를 이롭게 한다”라는 이유로 실형을 받았다. 그 우표수집가가 북한의 활동에 동조해서 우표를 수집했는지 공안기관이 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1993년 한 말년병장이 GOP에서 근무하던 중 금강산 경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금강산에 한 번 가보고 싶다”라고 말했다가 월북 미수로 몰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실제로 월북을 할 계획이어서 금강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는지, 단순한 소감인지 누가 재단할 수 있는가. 궁예의 관심법과 다를 것이 없다. 

 

윤석열은 계엄을 하며 ‘반국가세력’ 운운했다. 윤석열은 1월 14일 최후 진술에서 178회의 퇴진·탄핵 시위가 있었다며 “체제전복세력과 반국가세력”이 “단순한 일부의 반정부 시위가 아니라 제도권과 연계된 조직적 퇴진·탄핵 시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의 주장을 보면 촛불집회에서 반헌법적 주장을 했다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했기 때문에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촛불집회 참가자가 시위를 한 의도가 ‘체제 전복’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내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반민주 악법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 

 

국가보안법이 있으면 '하면 안 되는 생각, 하면 안 되는 말, 봐서는 안 될 것'이 생겨난다. 북한의 신문, 책, 영화 등은 봐선 안 된다. 북한을 이롭게 한다고 누군가 주장할 수 있을 만한 말과 행동은 위험하다. 

 

90년대 한총련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고 해서 이적단체가 되었다. 동의 여부를 떠나서 주한미군 철수는 과연 논의되어선 안 될 금단의 주제인가? 과거의 얘기만이 아니다. 경찰은 2025년 7월 민중민주당을 압수수색했다. 민중민주당이 한미연합훈련을 북침 전쟁 연습으로 규정하거나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한 것이 북한의 주장을 옹호 동조한 이적행위라는 것이다. 

 

한편,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은 “주한미군의 주된 임무를 중국 억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잣대라면 콜비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란 말인가. 

 

어떤 주장 자체를 이적행위로 몰아 아예 틀어막으면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논의가 불가능하다. 

 

2021년엔 경기도교육청이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올렸다가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사연을 보내주면 만화를 그려주는 공간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이 북한 어린이들의 학교생활을 소개하면서 소풍 간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학생들이 “북한 부럽다! 소풍도 가고!”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당시는 코로나 시국이라 소풍을 가지 못한 바람에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국힘당과 보수언론이 이 만화를 ‘북한 찬양’이라고 주장했고 결국 경기도교육청은 만화를 내리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 일을 겪은 이들은 ‘나도 소풍 가고 싶다’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것조차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말과 생각을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9살 아이가 순진무구하게 한 말이라도 국가보안법 시비가 걸릴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위험하게 느껴지고 불편한 마음이 들 것이다. 

 

이런 과정이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1948년 이후로 78년이나 계속되어 왔다. 그 긴 세월 동안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국민에 내재화되었다. 

 

김누리 교수는 국가보안법 내재화에 대해서 “국가보안법으로 국가가 한 개인의 생각까지 검열한다”면서 “검열보다 더 무서운 게 뭔가? 자기 검열이다”, “여러분이 이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더 무서운 거다. 완전히 습성화되고 자아가 돼버렸다. 이 검열이 한국 사회를 완전히 기형화시킨, 불구화시킨 냉전의 상처들”이라고 설명했다. 

 

김누리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학문 분야 노벨상이 하나도 없는 유일한 나라다. 늘 자기 검열하는 자가 무슨 학문을 하나?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자유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인문사회과학에서 한국의 수준은 너무너무 떨어진다. 자기 검열을 하는 머릿속에 한국인들은 자유주의부터 민족주의까지밖에 생각 못 한다. 한국인의 정치적 상상력은 다른 나라의 절반”이라고 강조했다. 

 

■ 혐오와 극단주의를 조장하는 국가보안법 

 

2014년 황선 씨는 재미교포 신은미 씨와 함께 북한과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그런데 당시 극우세력들은 종북이라고 공격했고 심지어 한 극우 청년이 폭발물 테러까지 해서 사람이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당시 토크콘서트에선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거나 북한의 핸드폰 가입자 수가 250만을 넘었다, 일부 탈북자들이 가족을 그리며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런 말조차 용납하지 못하고 실제 테러를 자행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국가보안법은 극단주의·혐오주의의 뿌리”, “한국인들에게 배타주의를 강요하는 정신병적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사상의 자유를 부정한다는 것은 곧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모두 추방하거나 척결하는 끔찍한 세상을 꿈꾼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간애, 인류애에 기초하는 연대와 공존의 삶을 금지하고 배타주의를 강요하는 정신병적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한국인의 정신은 건강해질 수 없으며 한국 사회는 분열과 갈등, 극단주의와 혐오주의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이 조장한 극단주의, 배타주의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테러나 윤석열의 계엄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한다. 국민이 자유롭게 말할 수 없고 생각의 제약을 받으며 사상을 이유로 언제든 탄압받을 수 있다면 헌법 제1조에 명시된 국민주권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 국제사회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

 

우리는 국가보안법이 있는 것을 당연한 듯이 여기지만, 국가보안법과 같은 법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특정 국가에 가는 것이 금지되고, 그 나라 사람을 만나고 그 나라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는 것, 그 나라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유사한 이야기만 해도 처벌될 수 있는 법은 전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 

 

극우세력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대한민국이 금방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국가보안법이 없는 다른 나라들은 대체 어떻게 유지되고 있단 말인가. 국가 체제와 제도를 전복시킬 수 있을 만한 실제 행위들은 국가보안법이 아니어도 형법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유엔은 1992년, 1994년, 2005년, 2015년 등 지속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개정을 권고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992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처음으로 권고하였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형법만으로도 국가안보범죄에의 대처가 충분하다고 믿는다”, “국가보안법이 규정한 내용이 모호한 용어로 정의되어 실제로 국가안보에 위협적이지 않은 행위까지 제재하는 등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권고 이유를 밝혔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999년에도 “사상 등이 적성단체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동조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국가보안법의 존재와 그것이 지속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재차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라고 하였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1992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 대사는 1994년에 한 강연에서 “21세기에는 국가보안법이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2000년에는 미국 국무부가 ‘나라별 인권실태보고서’에서 “북한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시민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적었다. 2008년 주제네바 미국대표부 참사관이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우리는 한국이 국보법의 남용적인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악법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