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11.

이북5도위원회는 황해도, 평안북도, 평안남도, 함경북도, 함경남도에 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3월 명계남 씨를 황해도지사로 임명해 관심을 끌고 부각시켰다.

 

황해도 등은 한국 영토가 아님에도 이북5도청이 존재하고 대통령이 도지사를 임명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다.

 

1. 대북 적대시, 흡수통일 정책의 최고 표현

 

이북5도청을 두고 도지사를 임명하는 것은 북한을 무너뜨렸을 때 북한 지역을 통치할 사람을 미리 임명하고 통치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북5도청 및 도지사 임명은 흡수통일을 전제로, 흡수통일을 목표로 하는 것이 명백하다. 

 

군사훈련의 경우 실제로는 북한 선제공격을 내용으로 하더라도 겉으로는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북5도청 및 도지사는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어떻게 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북5도청 및 도지사 임명은 한국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북한을 적대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한다는 것을 가장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최고의 표현이다.

 

게다가 이북5도는 현재 북한에 존재하지 않는 행정구역 체계다. 현재 북한 행정구역은 1직할시 3특별시 9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이 이북5도청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할 경우 현존하는 북한의 행정 체계를 존치하고 인계받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모든 행정 체계를 무효로 만들고 북한을 해방 직후로 되돌려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이 추구하는 흡수통일이 북한을 완전히 무시하고 철저히 배격하는 흡수통일임을 보여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북한이 이북5도청 및 도지사 임명에 반발할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2016년 박근혜가 평북, 평남, 함북 도지사를 임명했을 때 강력히 비난했다. 북한은 당시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담화에서 “흡수통일 실현의 개꿈을 꾸고 있”다며 “돌부처도 앙천대소할 해괴한 이북 5도지사 임명장 수여 놀음도 바로 그러한 개꿈 실현 책동의 일환”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역으로 북한이 한국 땅을 미수복 지역이라고 표현하고 서울시장을 임명한다거나, 일본이 독도를 자기 고유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독도 이장을 임명한다면 한국 국민이 분노하고 관계가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일체의 적대행위도, 어떠한 흡수통일 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올해 1월 2일 신년사에서 “이재명 정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체제를 존중하며 북측이 말하는 ‘도이췰란드식 체제 통일’을 배제한다”라고 북한 정식 국호를 부르며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황해도지사를 임명한 것은 이러한 정부의 행보와 모순된다. 북한은 이재명 대통령의 체제 존중, 흡수통일 미추구 발언을 기만이라고 여길 것이다. 이북5도위원회, 도지사 임명 제도를 운영, 지속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악영향만 끼치고 정부의 대북정책에 스스로 장애를 조성하는 행위이다. 

 

2. '눈먼 돈', 예산 낭비의 결정판

 

한국은 이북5도에 대해서 실효적인 통치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북5도청을 설치, 운영하고 도지사를 임명하는 것은 예산 낭비의 결정판이다. 

 

2026년 이북5도위원회에 배정된 예산은 109억 원이다.

 

이북5도엔 각 도지사와 사무를 처리하는 이북5도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이북5도위원회엔 사무국과 행정자문위원회가 있으며, 각 시도에 연락사무소가 있다. 사무국 직원이 35명이고 행정자문위 위원은 정원 기준으로 87명, 시도사무소장은 16명이다. 이북5도와 경기·강원도의 미수복 시·군(1945년 8월 15일 기준)엔 명예 시장·군수가 93명, 명예 읍·면·동장이 911명 있다.

 

이북5도 도지사는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이북5도위원회는 차관급이 5명이나 있는 굉장한 행정 조직이다. 도지사 연봉은 1억 4,500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여기에 매년 1,500만 원의 업무추진비가 제공되며 관용차와 운전기사를 비롯한 비서 3명을 지원받는다. 

 

명예시장·군수, 읍·면·동장도 수당을 받는다. 「이북5도 등 명예시장·군수 및 명예읍·면·동장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명예 시장·군수의 수당은 월 37만 원, 명예 읍·면·동장 수당은 월 14만 원이다.

 

이북5도청은 사실상 하는 일이 없다.

 

이북5도법에는 이북5도위원회의 역할로 ▲이북5도 정보의 수집ㆍ분석 ▲ 이북5도 수복시 시행할 정책 연구 ▲ 월남 이북5도민 및 미수복 시ㆍ군의 주민 지원 및 관리 ▲ 이북도민의 실태조사 ▲ 북한이탈주민과 이북도민의 교류 사업 지원 ▲ 이북도민의 후세대 육성 및 지원 ▲ 이산가족 상봉 관련 업무 지원 ▲ 이북5도 등 향토문화의 계승 및 발전 ▲ 이북도민 관련 단체의 지도 및 지원 ▲ 자유민주주의 함양 및 안보의식 고취 ▲ 이북도민에 대한 각종 증명 발급업무 등이 명시되어 있다.

 

이북5도위원회는 흡수통일 후 북한을 통치하겠다는 행정 기관인 만큼 정보 수집 분석 및 정책 연구가 가장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업무를 할 권한과 능력이 없고 관련 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다. 이북5도위원회의 역할은 사실상 통일부나 다른 기관이 하고 있다. 과거엔 반공강연회 등 ‘반공활동’이 이북5도의 주요 업무였으나, 2005년부로 사라졌다.

 

그러니 이북5도위원회가 실제로 하는 것은 이북도민 관련 단체를 지원하는 것과 행사를 여는 것에 그친다.

 

2026년 총예산 109억 원 중 인건비와 기본 경비, 청사 시설 개보수 등 비용이 88억 원이다. 인건비를 제외한 20억 원 중 이북도민 관련 단체 및 행사 지원비가 15억 원, 탈북자 지원이 5억 원이다. 2026년 예산엔 체육대회에 6.4억 원, 미술대회 및 글짓기 대회에 4,600만 원이 편성되어 있다.

 

7억 원의 문화 행사를 열기 위해 88억 원을 들여 조직과 인력을 유지하는 꼴이다. 그야말로 비효율의 극치다.

 

서울신문 2014년 2월 15일 기사 「[커버스토리] 南과 北 사이… 우리가 낄 자리는 없다 친목 도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까」에는 “명예 군수로서 박씨가 하는 일은 두 달에 한 차례씩 도지사가 주재하는 시장·군수 모임에 참석하고 매년 어린이날 열리는 도민체육대회와 10월에 열리는 이북5도민중앙연합회(이하 연합회) 체육대회 준비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밖에 청년 프로그램이나 해외 연수, 기업체 견학 등이 있는 정도”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북5도위원회 홈페이지에 도지사가 연봉 외에 추가로 받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올라와 있다.

 

황해도지사가 2026년 2월에 가장 많이 쓴 항목은 설 명절 선물 구입이다.

 

함경북도 지사는 간담회 명목으로 동태찜, 감자탕, 양꼬치, 장어 등을 먹고 다녔다. 한 달에 두 번이나 같은 양꼬치집을 갔는데, 양꼬치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다. 현 함경북도지사는 국힘당 전 국회의원으로서 반북대결에 앞장섰던 탈북자 지성호다. 

 

아주경제는 2022년 7월 26일 기사에서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도지사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527건을 분석했다. 식사비가 497건으로 총 6,822만 원, 명절 선물 등이 3,977만 원, 다과비가 213만 원이었다. 1년간 1억 1천만 원이 넘는 도지사 업무추진비 중 거의 대부분이 밥값과 선물비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명계남 씨를 황해도지사로 임명했을 때, 명계남 씨가 2022년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것에 대한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북5도지사가 하는 일은 없이 차관급 대우를 받으며 억대 연봉에 업무추진비까지 지급되어 밥이나 먹고 다니니, 보은 인사라는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8월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쓸 돈은 없고 고민이 많다”며 “비효율적인 영역의 예산 지출도 조정을 해서 효율적인 부분으로 전환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중시 정책 기조에 비춰 보면 이북5도위원회부터 없애는 것이 마땅하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이란 전쟁까지 겹치며 민생이 아우성이다. 이런 때 이북5도위원회에 109억 원이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눈먼 돈’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3. 국제법, 국제질서에 반하는 구시대 유물

 

이북5도위원회의 뿌리는 1946년 북한에서 한국으로 온 월남민들이 만든 이북5도민회다. 김귀옥 한성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북5도위원회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서북청년단과 만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북청년단은 제주4.3 당시 제주도민을 학살한 극우단체다.

 

북진 통일을 부르짖던 이승만은 1949년 2월 15일 이북5도지사를 임명하고 5월 23일 이북5도청을 만들었다. 북한 점령 시 월남민들을 내세워 북한 각 지역을 통치할 준비를 했던 것이 이북5도청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7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북한은 엄연히 실재하는 국가다. 북한이 이북5도 지역을 70년 넘게 실효지배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6일 무인기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한국 영토에 무인기를 보낸 것뿐이니 그럴 필요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유감을 표시한 것은 싫으나 좋으나 북한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북한은 유엔 가입국이고 국제적으로 당연히 국가로 인정되고 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베트남, 벨라루스를 비롯하여 미국과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국제법은 각 나라는 자국의 영역 내에서 타국이 간섭할 수 없는 절대적이고 독점적인 권한을 가진다고 인정한다. 또한 각 나라는 평등하게 주권을 존중받아야 하고 자기 나라의 영토를 보전할 권리가 있다. 다른 나라를 향해 무력을 사용하고 국경을 침범하는 것을 금지한다. 해당 영토를 장기간 실효지배 하면 그 나라의 영토로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국제법적 원칙이다. 

 

한국은 북한이 국제적으로 국가로 인정받고 북한이 자기 영토를 장기간 실효지배하고 있음에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다. 북한의 영토를 미수복 지역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되찾아 통치하겠다는 것을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행정 기관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는 국제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헌법상 한국 영토는 한반도 전체로 되어 있다. 이는 한국이 북한을 인정하지 않고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그로 인해 남북 간 적대와 충돌을 야기한다. 헌법을 현실에 맞게, 한반도 평화 실현의 지향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영토조항을 개헌하는 것은 당장 이루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북5도청 및 도지사에 대한 조치는 개헌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당장 이북5도 도지사를 임명하지 않고 공석으로 두면 된다. 직원은 다른 기관으로 전보하면 된다.

 

이북5도법은 폐지하면 된다. 이북5도청을 두고 도지사를 임명하는 등 북한의 주권과 영토를 부정하고 흡수통일 의도를 드러내는 제도와 규정들을 모두 삭제해야 한다. 이북5도민에 대한 교류나 지원 등 필요한 것은 통일부 등으로 이관하면 된다. 

 

이런 조치 없이 이북5도청 및 도지사를 존치시킨다면 연 100억 원의 혈세를 낭비해 가며 북한과 갈등만 촉발할 뿐이다.

 

2026년 4월 11일

국민주권당 홍보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