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5.

[발제문] 적폐와의 타협·공존 노선 무엇이 문제인가

 

신은섭 국민주권당 기획조정실장

 

 

* 2024년 7월 12일 국민주권당 정책위원회에서 주관한  토론회 "적폐와의 타협·공존 노선을 비판한다"에서 발표된 발제문입니다.

 

1. 적폐와의 타협을 주장하고 공존을 꿈꾸는 현상

*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밝힐 것이 있습니다. 오늘 발제에는 몇몇 유명인의 발언 또는 행보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여기서 이 분들을 언급하는 것은 발언, 행보에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일정한 경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지, 절대로 그 분들을 배척해야 한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표적인 현상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조국 대표, 우원식 의장의 ‘개헌 통한 임기 단축론’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지난 5월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을 통해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변경하고, 이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조국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명예롭게 자신의 임기 단축에 동의하고 우리가 말하는 개헌에 동의한다면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실패, 무능, 무책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헌법을 바꿨다는 점에서 기여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2026년 6월 지방선거 전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지방선거 때 함께 실시하자”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 무슨 ‘기여’라는 표현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절대로 어울리는 말이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민생을 파탄으로 내몬 독재자일 뿐입니다.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조차 꺼려집니다. 

그리고 총선 당시 ‘3년은 너무 길다’고 얘기했던 자신의 발언과도 배치되는 말입니다. 3년은 길고 2년은 괜찮다는 말입니까. 

조국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밖에 개헌에 포함할 내용으로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도 언급하였는데,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 주장은 이와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부마 항쟁, 5.18 민중항쟁, 6월 항쟁 모두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국민이 나서 피 흘리며 싸운, 역사 속에 길이 남을 민주 항쟁들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그 무슨 ‘기여’를 했다고 이런 항쟁들과 함께 역사에 남을 것이라는 주장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조국 전 대표의 이런 주장은 이후 ‘개헌-탄핵 투 트랙’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5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 뒤 기자들에게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할 수 있는 두 가지 트랙을 모두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 원내대변인은 “탄핵의 과정은 무척 길고 험난하다. 국민 여론이 있어야 하고, 원내 200석과 6명 이상 헌법재판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 모든 과정은 국민들의 뜻이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또 다른 카드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 때 법제처장인 이석연 변호사, 개혁신당 등 보수 진영조차도 논의를 펼치고 있는 임기 단축 개헌”이라며 “조국혁신당은 두 개의 카드를 모두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서 가장 맨 앞에서 싸우겠다”고 했습니다.

신 원내대변인의 이 말에 ‘개헌-탄핵 투 트랙’ 주장의 내면이 드러납니다. 탄핵이 힘드니 개헌을 통해 임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과 탄핵은 결이 다릅니다. 공존할 수 없는 모순된 주장입니다. 결국 쉬운 길을 택하겠다는 것이고, 윤석열 정권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겠다는 이야기와 다름없습니다.

국민은 얼른 힘을 모아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자는데, 개헌이 맞냐 탄핵이 맞냐 쓸데없는 논쟁으로 여론 분열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개헌이 필요하더라도 탄핵이 먼저입니다. 더는 ‘임기 단축 개헌론’을 들고 나와서는 안 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 6월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기 위한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개헌 필요성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는 그동안 야권 일각에서 주장해 온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단 하루도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살 수 없다는 민심과 어긋나는 주장입니다. 

이날 그의 발언에서 주목되는 점이 더 있습니다. 바로 “내가 의장을 맡은 지금이 개헌 적기”라고 한 건데요. 자기중심적이고 자만심이 묻어나는 말입니다. 국민의 지향과 요구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설사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 할지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국민의 지향과 요구가 중심이 돼야 하며, 자기를 내세우는 표현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국민이 아니라 자기 중심의 정치를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탄핵이 아니라 개헌론을 주장하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그리고 “4년 중임제로 가면 중간평가를 받아야 하기에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민심을 잘 살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5년 단임제여서 국민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이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진 발언입니다.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이 망나니 같으면 효용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우원식 의장의 이런 불철저한 입장은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애초 국회 원 구성 시한으로 못 박은 때가 지나서도 국힘당이 등원을 거부하며 자기 앞에 주어진 7개 상임위원장 자리마저 발로 걷어찼을 때, 국회법에 따라 즉시 원 구성을 마무리했어야 합니다. 괜히 시간을 더 줘 국힘당이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간 결과 지금 7개 상임위는 회의 운영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2) 유시민 작가의 ‘닉슨식 하야론’

지난 19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있다면서 “모두에게 행복한 길은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냥 물러나면 봐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우리도 사면법을 좀 개정해서 미국식 사면 제도를 도입하는 게 좋겠다”라며 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면 사법처리를 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편 논리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이날 방송에서 “마땅히 감옥에 가야할 사람을 그렇게 사면해 줄 때 그 사면의 의미가 있는 거다.”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때 이게 시작된 거라고 저는 봤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남긴 정치적 에너지가 박근혜 탄핵을 불러왔고, 이명박의 구속까지 불러왔다. 국힘당 지지층 쪽에서 보면 분하다. 그러니까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진영논리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박근혜 탄핵, 이명박 구속을 바라본 것입니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 사면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진영 대 진영의 대결로 바라볼 일이 아닙니다. 이는 정치보복의 악순환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 대 반(反)국민의 구도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당시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했으니 너도 한번 당해봐라’라는 심정으로 박근혜 탄핵 촛불을 들지 않았습니다. 만약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는 대단히 심각하게 민심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국민은 불의한 권력, 국정농단을 심판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그리고 적당히 봐준다고 끝낼 적폐 세력이 아닙니다. 전두환·노태우를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사면을 받았지만 그들은 추징금도 제대로 내지 않았고, 오히려 전두환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을 ‘자기에게 당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뭘 아느냐’고 조롱했습니다. 얼마 후 전두환이 정치를 잘했다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44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진상 규명도 못했고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한도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용·반작용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비타협적이고 철저한 심판이 없었던 게 문제입니다. 정말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적폐 기득권 세력을 철저히 응징해야 합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사태를 바라보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솔직히 말해 자신이 차지한 사회적 지위가 있고 독재 정권 치하에서도 숨 쉬고 살만하니까 나오는 한가한 소리 아닌가 싶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는 국민은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한시도 살기 싫습니다. 

국민의 뜻과 민심을 바로 봐야 합니다. 유시민 전 이사장이 이 말을 하자 다른 출연자 한 명이 “퇴로를 열어 줬는데, 그것이 책임을 묻지 않는 거라고 하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는데, 여기에 오히려 현실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된 시각이 비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정성호 의원, 조국 전 대표의 ‘한동훈 제3자 특검법’ 수용론 

한동훈이 지난 6월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에서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면서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아닌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관해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이 법안을 의결해서 본회의에 올리면 여당과 함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안대로 수정안을 받아들여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25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안대로 본회의에서 의결돼서 정부에 회부돼서 거부권 행사하게 되면 이미 또다시 발의하려면 회기를 또 지나야 하고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통화기록이 말소되기 전에 특검이 빨리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했습니다.

한동훈의 제3자 특검법 제안은 시간 끌기, 물타기 전략에 불과합니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면 윤석열 정권의 유지가 불가한 상황입니다. 한동훈이 제삼자 특검법을 들고 나온 6월 말 당시에도 이미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검찰 독재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해 온 한동훈이 들고 나온 안은 특검을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바로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관 재임시 △ ‘국정농단’ 당시 최서원(최순실)이 받은 말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의견(2019.08.29. 2018도13792), △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사건을 조직적 선거 개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2018.04.19. 2017도14322) 등을 냈던 인물로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진상을 밝힐 인물을 특검으로 추천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런 배경에 대한 고려 없이 진실이 묻히기 전 특검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제3자 특검법을 받아들여도 좋다고 하는 건 무척 순진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동훈이 마치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것처럼 이런 제3자 특검법을 들고 나온 것은 또한 윤석열과의 차별화 전략의 하나입니다. 한동훈은 작년 연말부터 자기를 윤석열과 차별화하면서 ‘제2의 6.29’(*)를 꿈꿔왔습니다. 번번이 실패했지만, 아직 이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연장선에서 한동훈이 제3자 특검법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 동의하는 것은 한동훈과 적폐세력의 생명 연장을 위한 계략에 놀아나는 것입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지난 3일, 민주당 안에서 비교섭단체 몫으로 부여받은 특검 추천권을 포기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조 전 대표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결도 안 된다고 하면 그때는 새로운 법안을 내야 한다”면서 “그 시점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그 문제를 조정할 수 있을 거란 점을 생각해 저희가 안을 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힘당과의 타협을 고려한다는 것인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국힘당과의 타협을 통해 마련된 특검법안으로는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습니다. 특검 추천권 포기는 결국 윤석열 정권을 돕는 일입니다.

* 1987년 6월 항쟁으로 전두환 군부 독재가 위기에 처하자, 6월 29일 노태우가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한다고 밝힌 ‘6.29선언’을 가리켜 ‘속이구 선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이름에는 위기에 처한 군부 독재가 노태우를 내세워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척 ‘6.29선언’을 하였지만, 이것이 실제로는 군부 독재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윤-한 갈등’을 두고 저들이 ‘제2의 6.29’를 꿈꾸고 있다고 비유하는 것은, ‘윤-한 갈등’에 한동훈을 내세워 마치 윤석열에 반기를 드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해 보수 적폐 정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저들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4) 김어준 공장장의 총선 결과 관련 발언

방송인 김어준 씨는 지난 4월 12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22대 총선에서 야당이 200석이 안 돼 다행인 것처럼 말했습니다. 

“모든 작용은 반드시 반작용을 수반합니다. 200석 이상의 의석수는 국민들의 균형감각을 다시 작동시켜요. 이번엔 야당에 크게 몰아줬으니까, 다음에는 또 다른 균형을 찾아야 되겠다는 어떤 기제가 작동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런 큰 흐름이 한번 형성이 되면 없애기가 굉장히 어려워요.”라고 한 건데요.

이는 현실을 왜곡한 발언입니다. 우리 국민은 ‘이쪽에 한번 표를 몰아줬으니 다음번엔 다른 쪽에 한번 몰아주자’는 식으로 선거를 대한 적이 없습니다. 민주개혁 진영이 이긴 다음 선거를 적폐 세력이 이긴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2020년 21대 총선과 2022년 20대 대선을 봅시다. 21대 총선에서 크게 이긴 민주당이 20대 대선에서 진 이유가 국민의 소위 ‘균형감각’ 때문은 아닙니다. 민주당이 20대 대선, 그리고 비슷한 시기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진 이유는 민주당이 개혁을 바라는 민심에 역행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야권이 대승한 이유도 ‘균형감각’ 때문이 아닙니다.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을 심판·응징하고자 하는 뜻에서 야권에 표를 몰아준 것입니다. 

2004년 17대 총선과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결과의 상관관계도 그렇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는 것, 여당에 개혁을 밀어붙이라는 것이 당시 선거 결과에 비낀 민심이었습니다. 그런데 4대 개혁 입법이 물 건너가고 민생에 빨간불이 들어와 삶이 어려워지자 이를 심판하려는 민심이 반영돼 제4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참패하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후 선거 결과들도 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기계적인 ‘균형감각’을 가지고 선거를 대하지 않습니다. 민심을 받드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기준으로 투표합니다. 김어준 공장장의 이런 발언은 자칫 국민 폄하로까지 읽힐 수 있습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야권이 200석은 못 됐지만, 대승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다음번엔 국힘당이 이긴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적당히 이겨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습니다. 야권이 민심을 받들어 윤석열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개혁을 추진해 나간다면 이번 대승을 넘어서는 결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날 “200석으로도 윤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없어요. 헌재 때문에. 헌재 구성을 보면.”라고 한 발언도 마음에 걸립니다. 박근혜 때도 탄핵에 유리하지 않았습니다. 보수적인 성향의 인물이 헌재 재판관 중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압도적 국민이 나서 탄핵을 대세로 만들어 놓으니 헌재도 전원 일치로 탄핵을 인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정치입니다. 국민주권주의의 실현입니다.

2. 적폐 세력과의 공존,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앞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적폐 세력과 타협하려는 현상들은 이들과 공존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적폐 세력과 공존이 가능한 문제인가를 따져보겠습니다. 적폐 세력이 어떤 존재인가를 살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적폐 세력은 국민을 개돼지로 봅니다. 

2016년 7월 7일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한 개돼지 발언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날 저녁 나향욱은 교육부 간부들과 출입 기자와의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나향욱은 이 자리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에 대해 “내 자식처럼 가슴이 아프다”는 기자들의 발언에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된다”, “민중을 개돼지로 취급해야 한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이후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교육부가 파면 결정을 내렸지만, 나향욱이 파면 처분 취소 청구 소송 1, 2심에서 승소하면서 교육부가 상고를 포기하였고, 결국 징계는 부이사관급 강등 처분에 그치게 됐습니다. 이 과정을 보면 적폐 세력의 기득권 체제가 얼마나 공고한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나향욱은 ‘술에 취해 영화 <내부자들>에 나온 대사를 읊은 것’이라고 변명하였는데, 이런 말이 영화에까지 나온다는 것은 한국 사회 전반에 이런 기류가 나타난다는 의미로볼 수 있습니다. 

적폐 세력은 국민의 생명을 파리 목숨만도 못하게 여깁니다. 지금 채상병 특검이 화제입니다. 지휘관의 잘못된 명령에 장병이 희생됐는데, 수사 외압이 가해지고 정작 사단장 본인은 책임지지 않고 아래 간부들이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임성근 전 사단장은 여전히 정권이 왜 자기를 비호하는지 모르겠다며 뻔뻔하게 발뺌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적폐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 체제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처럼 저들은 국민을 자기 맘대로 짓밟아도 되는 존재로 여기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세력입니다. 이런 세력과 타협하고 공존한다는 것은, 결국 저들의 지배 아래 개돼지처럼 살겠다는 것, 저들의 필요에 따라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을 계속 감내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은 이런 자들과의 공존을 거부합니다. 국민이 윤석열 탄핵을 바라는 이유입니다.

이들의 뿌리를 살펴보아도 공존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입니다. 현재 한국 사회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적폐 세력은 일제에 부역해 사리사욕을 취하던 친일파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미군정은 통치의 편의를 위해 친일파를 널리 등용하였고, 이승만 정권은 반민특위를 해산해 친일 청산을 물 건너가게 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친일파들이 한국 사회 곳곳을 장악하고 현재에까지 그 권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들과의 공존이 불가하다는 것은 현재에 저들이 민주개혁세력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역대 독재 정권은 무고한 국민을 마구잡이로 끌고가 고문하고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여 정권 연장에 써먹었습니다. 살인과 학살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독재 정권의 탄압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군부 독재 시절 야당 정치인에 대한 가택연금이 있었다면, 지금은 ‘사법연금’이 있다는 조소가 울려나오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이자 유력한 대선 주자인 사람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현실이 이런데 저들과의 관계를 단순히 ‘보수 대 진보’의 구도로 보며 진영논리에 갇혀 있는 것은 허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이건 마치 민주화세력과 군부독재가 공존하면서 경쟁하자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자들과의 공존은 헛꿈에 불과합니다. 이제는 꿈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이제껏 정치권이 이것을 하지 못했는데, 이제 국민이 직접 나서 정치권을 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민주권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윤석열을 탄핵하고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이를 따르지 않는 어떤 정치세력도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3.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입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헌법 조항입니다. 이를 철저히 자기의 정치 신념으로 간직해야 국민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하는 정치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이를 철저히 구현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매 순간 정치공학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고, ‘역풍’을 걱정하며 국민의 요구와 거리가 먼 행보를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민을 나라의 주인, 정치의 주인으로 여기지 못해 쉽게 빠져드는 것이 진영논리입니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국민 대 적폐세력, 국민 대 반(反)국민의 구도로 보고 국민의 승리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치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을 정치의 주인으로 내세우고, 국민의 힘을 발동해 적폐 세력과의 싸움도, 정치 개혁도 해나가야 합니다. 

국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정치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적폐 세력에 대한 입장이 철저해야 합니다. 저들이 타협과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임을 명확히 한 데 기초해 적폐 세력을 대해야 합니다. 저들은 국민을 개돼지로, 일방적인 지배의 대상으로 여기고 국민 목숨을 파리 목숨만도 못하게 대하는데 그들과 타협하고 공존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위에서 나향욱의 “국민은 개돼지” 망언,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것은 극히 일부 사례일 뿐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펼치는 국민 무시, 부패무능, 사익 편취 행보로 인해 우리 국민이 얼마나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까. 일일이 언급하기가 곤란할 정도입니다.

적폐 세력에 대한 입장의 불철저성이 나타나는 것은 저들과의 싸움이 무척이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과도 관계되어 있습니다. 앞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국민의 머리 위에 군림해 온 독재 세력과의 싸움은 목숨까지도 걸어야 하는 힘겨운 과정이었습니다. 윤석열 탄핵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원내대변인이 “탄핵의 과정은 무척 길고 험난하다.”라고 말한 것에도 이런 현실이 투영돼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은 때로 패배 의식에 젖게 만듭니다. 2005년 11월 27일 유시민 당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10년 집권하면 많이 한 거다. 야당 하면 어떠냐”, “박근혜·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된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야당도 나라를 위해서 할 일이 있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정부·여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재·보궐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자 나온 얘기입니다. 지지율 급락의 원인을 규명하고 적극적으로 살길을 찾아 나설 대신 패배를 합리화하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국민을 중심으로 바라보지 않기에 생기는 일입니다. 이후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야권은 대패하였습니다. 결국 이명박, 박근혜가 연달아 집권했고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아야 했습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타협과 공존으로는 이룰 수 없습니다. 군부 독재를 물리쳤지만, 독재 세력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해 지금 검찰 독재 아래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독재의 역사, 친일·친미 사대 매국의 역사를 이제는 최종적으로 청산하고 민주·개혁·진보를 향해 앞으로만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독재 세력과 맞서 줄기차게 한국 사회 민주화와 진보의 한길을 걸어온 우리 국민과 함께라면 능히 가능한 일입니다. 이처럼 목숨 걸고 피 흘리며 걸어야 하는 지난한 싸움의 길에서 한순간도 물러섬 없이 싸워온 위대한 국민은 세계에 없습니다. 위대한 우리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하면 승리할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기어코 국민주권의 새 시대를 열어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