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0.

IAEA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지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IAEA는 7월 4일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해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서문 등에서 ‘보고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라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이를 본 국민들은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인 국제기구인지 IAEA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습니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인 공장 폐수는 물론이고 생활 쓰레기도 바다에 마음대로 버리면 안 되는데, 하물며 방사능 오염 물질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국민의 85.4%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환경운동 연합 의뢰로 리서치뷰가 5월 19~22일 조사한 결과

그런데 국제기구가 전 지구적인 핵 테러를 용인한다는 것은 참 이상합니다. 보편적인 상식과 맞지 않는 일이 국제기구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국제기구라고 하면 이성적이고 도덕적이며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IAEA의 행보는 국제기구를 무조건 신뢰해도 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한국 사회를 뒤집어 놓은 IMF

사실 대한민국은 국제기구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기구는 바로 국제금융기구, IMF입니다.

대한민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국제 거래를 할 땐 달러가 필요한데 대한민국에 달러가 모자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IMF에 달러를 빌려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이때 IMF는 달러를 빌려주는 대신 이러저러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건을 우리에게 내걸었습니다.

국제기구인 IMF가 권장한 정책이라면 대한민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혁신하기 위한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IMF가 제안한 정책은 한국 사회를 망가뜨리리는 것이었습니다. IMF의 권고는 외국자본이 대한민국에 무차별적으로 들어와 마구잡이로 이익을 얻어갈 수 있도록 시장을 완전히 개방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IMF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만큼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직장을 구하면 노동자가 큰 잘못을 하지 않는 한 해고되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어서 굳이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몇 년 정도 일하면 내 집 마련을 하고 노후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IMF가 한국에 ‘노동 유연화’ 정책을 강요하면서 대한민국은 달라졌습니다. ‘노동 유연화’라고 하면 노동자가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좋은 뜻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기업이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나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쉽게 해고할 수 있으니 일자리가 불안정해지고 임금이 낮아졌습니다. 이제 한 명이 돈을 벌어서는 사실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맞벌이를 해도 아이를 키우고 노후 준비까지 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대출 없이 돈을 모아 집을 사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IMF는 한국에게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했습니다. 1997년 12월까지는 외국인의 투자 한도는 전체 주식시장의 26%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98년 5월 투자 한도가 완전히 폐지되었습니다.

그러자 외국자본이 한국 시장을 잠식했습니다. 2023년 7월 13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52.9%, 하이닉스의 51.7%, 네이버의 49.5%, S-Oil의 77.2%가 외국인의 지분입니다. 금융 분야는 더욱 심각합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 73.2%, 하나금융 70.0%, 신한금융 62.3%, 우리금융 39.7%에 달합니다.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주식 배당액 중 62.7%인 2조 5천억원이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외국자본이 대한민국에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2022년의 경우 1~8월 동안에만 외국인들이 5조원어치의 부동산을 사들였습니다. 달러 가격이 오르면서 한국의 원화가 상대적으로 싸지자 외국인들이 부동산을 ‘쇼핑’한 것입니다.

IMF를 이끈 미국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사회 변화를 바란 것은 아니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IMF사태를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나는 김영삼 정권의 경제 파탄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IMF 재협상을 주장했다. 그러자 이회창 후보가 재협상론이 외환위기를 더욱 조장한다고 공격해왔다. 사실 IMF와 맺은 대기성차관 협약 양해 각서는 너무도 불평등했다. 외국인 주식 투자 한도를 50퍼센트로 올리고, 은행과 증권 등 금융시장을 개방해야 했고, 수입선 다변화제도 앞당겨 이듬해 폐지해야 했다. 경제 신탁 통치라고는 하지만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

IMF가 공정하게 움직이는 국제기구라면 구태여 한국이 싫어하고 국민의 삶을 악화할 정책을 강요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여기에는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습니다. IMF와 협상을 진행한 임창열 당시 부총리는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나이스 (IMF 측 협상단) 단장이 (협상장) 10층에만 갔다 오면 말을 바꾸는 겁니다. 그날 밤 호텔 로비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미 재무부 사람(립튼 미 재무부 차관)과 마주쳤지요. 대뜸 ‘당신들의 진의가 뭔지 우리와 직접 이야기하자’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 굉장히 겸연쩍어하더군요.” IMF 사태의 배경에 미국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미국에 대해서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22일 아침, 김기환 대외협력 특별대사가 집으로 찾아왔다. 김 대사는 미국의 정·재계 주요 인사를 두루 만나고 돌아왔다. 그는 우리의 외환위기 실체와 미국 정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대사는 “연말 외환 보유액이 마이너스 6억 달러에서 플러스 9억 달러로 예상된다”는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여줬다. 믿기지 않았다. 연말이라면 열흘도 남지 않았다. 내가 물었다.

“이게 맞습니까?”

김 대사는 이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나는 어찌하면 미국이 우리를 돕겠냐고 물었다.

“미국은 ‘IMF 플러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는 또 그 핵심 내용이 대체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정리해고제 수용, 외환관리법 전면 개정, 적대적 인수·합병 허용, 집단소송제 도입 등입니다.”

모두 지난 12월 3일 IMF와 맺은 협약에는 없는 것들이었다. 우리에게 당시의 협약 이상의 개혁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특히 나는 정리해고제 도입에 대해서는 선거 기간 동안에 2년간 유예를 약속했었다. 만약 이를 수용한다면 노동계의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IMF가 시장 개방을 요구한 배경에는 바로 미국의 개입이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IMF를 내세워 한국에 원치 않는 정책을 강요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게 되었습니다.

 

IMF사태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2018) ​ "비밀리에 입국한 IMF 총재와의 협상 과정이 본격화되고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캐릭터들의 운명이 엇갈리기 시작하며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는 고용불안, 청년실업, 빈부격차 등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회 문제의 시발점이 된 1997년의 모습을 통해 2018년 현재에도 유효한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며 동시대적 공감대를 자극한다. " - 영화 소개 중 ​ 우리에게 너무나 큰 사건이었지만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IMF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고,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 <국가부도의 날> 각본, 엄성민 작가

 

비상식적인 현상의 뒤에는..

현재 국제질서는 미국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제질서가 세계 여러 나라들과 함께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영향 아래서 움직이게 됩니다. 그러니 국제기구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때도 그 배경에 미국의 영향이 있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만 해도 그렇습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는 상식적인 생각입니다. 한국인의 85%가 방사능 오염수를 반대합니다. 우리 국민만이 아니라 북한, 중국, 대만, 홍콩, 필리핀, 태평양제도포럼(호주, 뉴질랜드, 피지, 솔로몬 제도 등 14개 나라), 멕시코, 유엔인권이사회 등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다소 다릅니다. 주요 7개국(G7)은 4월 16일 “원자로 폐로 작업의 꾸준한 진전, 과학적 증거에 기초한 IAEA와 함께하는 일본의 투명한 노력을 환영한다”라며 일본을 두둔하는 성격의 입장을 밝힌 것이었습니다. 이날 독일 환경부 장관만이 “오염수 방류를 환영할 수 없다”라고 일본에 반박했을 뿐이었습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일본을 두둔하는 걸 보면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이런 일이 벌어진 배경에도 미국을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목적

일본의 가장 강력한 우군은 다름 아닌 미국입니다. 미국은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는 데서 가장 큰 지지자입니다. 미국이 일본 편을 드는 것은 세계 전략에서 일본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한・중국・러시아와 심각한 대결을 펴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 세계 패권을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 노력하고 있고, 군사적으로는 대만을 둘러싸고 전쟁이 날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러시아와는 이미 사실상 전쟁하고 있고 북한에게서도 상당한 군사적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북한・중국・러시아에 맞서려고 합니다. 최근 일본은 평화헌법을 사실상 깨고 다른 나라를 선제타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해서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미국은 유사시 일본의 병력을 동원하기 위해서 일본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미일 동맹을 체결하려면 한일관계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강제징용, 독도 문제 등에서 일본 편을 들며 한국이 일본의 입장을 수용하도록 종용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강제징용 3자 변제 해법을 들고나온 데서도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월 6일 윤석열 정권의 3자 변제 해법 발표를 환영하면서, 미국이 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집중적인 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약 25회의 고위급 3자 회담을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방사능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편을 들었고, 이런 미국의 입장이 G7과 IAEA가 일본 편을 들도록 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자주외교와 국제사회의 민주화

그동안 한국은 미국에 의존한 외교, 안보, 경제 정책을 폈습니다. 미국 의존 정책이 가져오는 문제는 우리나라가 국익에 맞는 외교, 안보, 경제 정책을 펼 수 없다는 것입니다.

IMF사태 때 미국의 강요를 수용했다가 대한민국 사회가 피폐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미국이 일본 편을 들고 있습니다. 미국을 따라가려면 우리도 오염수 방류를 덩달아 지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일본 핵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데에는 미국을 따라가려는 친미・종미 성향이 한몫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윤석열 정부는 미국을 위해서 반중 정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일본, 프랑스, 사우디, 인도 같은 친미 국가들도 경제를 위해 중국・러시아와 경제 교류를 이어가고 있고 심지어 미국도 중국과의 대화에 나서고 있는데, 오직 윤석열 정부만은 반중 일변도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보다도 더 친미적인 정책을 편 결과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미국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을 실현하지 못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2018년 판문점정상회담, 평양정상회담으로 남과 북의 평화・번영・통일의 분위기가 고조됐고 국민의 지지도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깃장을 놓으면서 더 이상 남북관계는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남북관계를 그대로 발전시켰다면, 지금쯤 한반도의 모습은 매우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대선에서 민주정권이 재집권하게 되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진정한 국민의 나라, 국민의 뜻대로 운영되는 나라 만들기 위해서는 국익 우선의 자주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키면 지킬수록 강해지는 것이 주권입니다. 주권 침해를 묵인하면 주권은 갈수록 약해지고 국익을 해치게 됩니다. 국익 우선의 자주외교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자주외교는 민주적인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데 함께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고 민주개혁 정권을 세우는 것이 그 시작일 것입니다.